[리빙센스] 주부는 왜 우울할까?

최근 몇 년 사이 우울증을 앓는 주부들이 부쩍 늘어나 그로 인한 부작용들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의 나는 우울증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설 곳 잃은 가장들, 우울증에 시달리는 주부들, 그리고 학교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에는 주부들의 자살이 많은 뉴스를 차지하면서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우울증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실 주부들의 우울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산전 산후와 갱년기로 인한 우울증은 주부라면 그리 심각하지 않게라도 한 번쯤 겪어봤음직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 다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건 직장생활을 하던 주부들이 아이를 낳으면서 사회와 단절된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허무함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후에 아이와 단둘이 있다 보면 대화를 나눌 상대도 없고 외출할 수 있는 여력도 안 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또한 아이가 태어나면서 환경의 변화를 겪고 익숙하지 않은 일에 적응해나가다 보면 우울감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우울증은 호르몬 등의 생화학적 요인 외에 유전적, 환경적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여성들의 우울증이 늘고 있다


최근 젊은 주부가 자신의 아이를 죽이고 자살했다거나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살인과 자살의 원인은 대부분 우울증이었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주부들의 우울증이 늘어나고 자살이나 살인 같은 큰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 건 옛날과 환경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주부라는 역할이 성취감 없이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고 자신만의 시간을 내기 힘든 위치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지만, 요즘 여성들은 대부분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자신의 위치가 바뀌어 성취감을 박탈당한 탓일 수도 하다.

또 옛날 엄마들과 마인드가 많이 바뀐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으나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들었던 옛날과 자아실현을 중요시하는 요즘 주부들의 차이인 것이다. 게다가 TV와 인터넷을 통해 잘나가는 여성들을 접하고 현재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상대적인 열등감에 휩싸이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산전 산후와 갱년기 우울증은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생길 수 있으나,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위치와 역할, 환경 등으로 인한 복합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도 없고 갱년기도 아닌데?

우울증의 원인은 상당히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인데, 산전 산후 우울증도 바뀐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주부들의 경우 고부간의 갈등이나 부부 문제에서도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최근 손주를 보는 할머니들의 우울증도 특별한 대화 상대가 없는 고립된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 평소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이들도 우울증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잘한 일을 자신의 능력으로 생각하기보다 외부의 다른 조건들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성격은 대부분 자신의 문제를 표출하기보다 혼자 끌어안고 대화를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속으로 앓으면서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연히 밖을 내다본 화창한 날,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심리적으로 약해진 상태에서는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환경의 밝은 모습을 보면 더욱 깊은 상실감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건 주부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일까? ‘주부 우울증’은 결혼 후 여성들이 산전 산후와 폐경이 찾아오는 갱년기에 우울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일 뿐 명확한 의학 용어는 아니다. 다만 출산을 경험하고 여자여야만 알 수 있는 요인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다양한 요인들은 일반적인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우울증을 경험한다. 우울증인 줄 모르고 지나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주위의 도움을 받았거나 무언가 해소할 탈출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거나 성급한 감정 노출로 오히려 우울감이 심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무작정 감정 표출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럴 때는 감정을 표출했을 때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인데, 그럴 수만 있다면 우울증까지 오지는 않을 테니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산전 산후 남편의 역할은 필수다.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고 평소보다 스킨십을 자주 해주며 아내의 노고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술이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단 음식은 일시적인 해소 효과가 있긴 하지만 오래 지속되면 오히려 우울증을 악화시킬 뿐이다. 건강한 음식과 운동은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남편과 손을 잡고 산책을 하거나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는 것이 좋다.

우울증은 마음이 앓는 감기라고 했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마음을 어루만지고 쉬게 하면 나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두려워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고,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벗어나야 한다.


간단한 우울증 진단


1 하루의 대부분, 매일 지속되는 우울감.
2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 저하.
3 체중 감소나 증가, 식욕 감소나 증가.
4 불면이나 과다 수면.
5 정신 운동성 초조나 지체.
6 피로와 활력 상실.
7 무가치감, 죄책감.
8 사고력이나 주의 집중력 감소, 우유부단.
9 반복되는 자살 생각이나 계획.

※위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간 지속될 때는 우울증 진단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