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그리드] ‘화’ 참지 말고 버리세요!

유치원 원장 장○○ 씨(41, 女)는 올 초부터 몸에 열이 많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며, 종종 분한 마음이 일어나는 등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증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또 자주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에 휩싸여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유치원 일을 양도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했지만 다른 어떤 일도 시작할 수 없을 만큼 피로와 무기력감이 들었다. 이에 한방신경정신과를 찾은 장 씨에게 의료진은 ‘화병’ 진단을 내렸다.
장 씨의 사례처럼 화병은 현대인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화병의 증상은 초기에 심하게 나타나지만 쉽게 가라앉기도 해 방치하게 되기 쉬운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만성화되면 우울증 같은 다른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40~50대 여성에게 화병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 조사결과 드러나면서 화병의 치료와 예방에 중년여성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방신경정신과 자하연한의원 임형택 한의학박사와 함께 ‘화병’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화병은 어떠한 이유로 발생하게 되는가?

“화병은 가슴 속의 응어리 즉, 각종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적 반응이다. 심리상 발생하는 분노를 제때 발산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억압한 결과 이것이 신체의 불편함을 일으키는 것이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과질환통계분류’에는 한국 특유의 문화증후군의 하나로 소개되기도 하였는데, 여성의 감정표출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유교 문화적 특성상 억울한 감정과 과도한 스트레스를 제때 발산하지 못한 중년여성에게 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임 원장의 말이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다. 늘 참고 속으로 삭히는 것이 습관이 되면 본인의 감정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화병의 발병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자하연한의원 측에 따르면 내원하는 화병환자들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금전문제 ▲남편과의 불화 ▲고부갈등 등이 주요원인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 이론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자신에게 화병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면?

임 원장은 “화병은 우울증과 비슷하다. 우울증의 증상이 몸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호흡곤란, 몸 전체의 통증, 가슴이 답답하고 뭔가 걸려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밥맛도 떨어지고, 잠도 잘 오지 않는다. 당연히 우울한 감정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또 신체에 나타나는 증상과 마음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구분해 화병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임 원장의 설명이다. 다음은 자하연한의원을 통해 화병의 증상을 신체와 정신으로 나눈 내용이다. 자신의 증상을 자기진단 해보고 화병에 해당된다는 생각이 들면 서둘러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증상 중 일부라도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면 화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화병을 치료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화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여러 정신적, 신체적 증상들을 동반하게 된다. 단순히 화가 나고 무기력한 정도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오래 방치할수록 화병 자체는 물론 다른 증상들이 겹쳐 치료가 어려워지며 환자가 느낄 고통도 커지는 것이다. 때문에 화병은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치료받는 것이 권장된다.“
이처럼 화병은 발병기간에 따라 충격기→갈등기→체념기→증상기로 나뉘어져 나타나게 된다. 충격기에서는 격한 분노의 상태에서 배신감, 증오심 직전의 격한 감정 상태가 될 수 있다.
이어 갈등기에서는 격한 감정이 진정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화병을 앓기 쉬운 환자들의 성격적 특성상 체면과 윤리의식이 강해 증상을 참고 견디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화가 해소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내와 표출 사이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게 되며, 이로 인해 불안증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체념기에서는 문제 해결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게 된다. “이게 내 운명이다”, “팔자려니 생각한다” 등의 말을 하기 쉽다. 이때 겉으로는 담담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우울증을 앓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기에서 부터 본격적인 신체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참고 참던 울화가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면서 그에 대한 신체적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임 원장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화병의 증세가 심각해지면 정신착란, 심근경색, 담석 등의 증세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병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임 원장은 상담과 치료가 조화된 ‘정심방’ 치료법을 권했다. 상담을 통해 마음을 추스르는 동시에 한방치료로 몸을 달랜다면 화병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심방 치료법은 특히 정신적인 문제가 나타나는 원인을 심장의 기능 이상에서 찾고 있다. 또 한약과 침을 이용해 화병 등의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있는데, 시호‧치자‧석고 등 환자의 상태에 맞는 약재로 만들어지는 탕약은 심장의 화를 내리고, 냉각수를 보충해 심장의 과열을 막아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
특히 세심한 상담은 정심방 치료법의 대표적인 인기요인이다. 임 원장은 “환자가 삶을 스스로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이끌어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상담은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1:1 상담에서는 인지 행동 치료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도록 돕고 있으며 가족 상담에서는 가족 간의 문제를 분석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동일 질환 환자들과 함께 모여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치료 의지를 고취시킬 수 있는 집단상담도 마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병과 같은 정신질환은 특히 주부들에게 막대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며 “정심방치료를 통해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물론 심장을 다스려 근본원인까지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